"당신의 돈 중 10%를 금에 투자하고 그게 실패하길 빌어라"
이 말을 그대로 실천해 보려고 한다. 금으로 10% 까지는 아니고, 유동자산의 5~7.5% 정도를 금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원자재나 은에 투자하면 어떨까 싶다. 나의 나머지 90%의 투자가 성공하려면 10%의 금 투자가 실패해야 한다. 솔직히 그게 더 기쁠 것 같다. 실패를 바라면서도 금에 투자하는 이유는 내게 금에 대한 투자는 '큰 수익률을 바라고 하는 투자' 가 아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보험'이기 때문이다. 보험은 쓸 상황이 안생기길 바라지만 미리 들어두면 불안감을 줄이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금의 포트폴리오 비율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추천하는 비율이 다른데, 대체로 유동자산의 (실거주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의) 5~10%를 투자하라고 권한다. 5~10% 중 어떤 비율을 택할지는 각자 알아서 정하면 되겠다. 나는 중도를 좋아하므로 7.5%로 정했다.
금에 투자하는 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 직접 금실물을 사는 것 (ex. 골드바 구입)
- KRX 금계좌를 이용해 금을 구입하는 방법
- 골드뱅킹
- 금펀드, 금 ETF 등의 금융상품
그중 오늘은 실물투자(골드바 구입)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골드바는 여러 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금은방, 홈쇼핑, 은행, 우체국, 한국조폐공사, 심지어 중고마켓에서도 금을 판다. 투자로 금 실물을 구입한다면 되도록 보증서가 있는 금융권이나 한국조폐공사에서 골드바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정판 금화나 세공이 들어간 금장식물은 세공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중고마켓에서는 수수료가 들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니 추천하지 않는다. 안전자산인 금을 사면서 굳이 위험한 선택을 하지 말자!
실제로 신한은행과 한국조폐공사에 전화 문의를 통해 골드바 구입에 대해 알아봤는데 판매수수료나 부가가치세 등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먼저 신한은행은 10g, 100g, 1kg 단위로 골드바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그날의 금 시세를 반영하는데, 여기에 5~6%의 판매수수료와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10g은 6% , 100g부터는 5% 의 판매수수료가 붙는다. 방문하려는 지점에 원하는 단위의 골드바가 없을 수도 있으므로 방문 전에 미리 전화를 통해 확인을 하거나 구입신청을 해놓는 게 좋다. 해당 지점에 골드바가 없을 경우엔 구입신청 시점으로부터 5~7일 후에 입고된다고 하니 참고하면 되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은행은 해당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과 직접 방문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입을 신청하면 금 실물(=골드바)을 찾아가는 날 구입자의 은행계좌에서 '골드바 가격 + 판매수수료 5~6%+ 부가가치세 10%' 만큼을 인출해가는 시스템이다.
한국조폐공사는 마포에 오롯디윰관을 오픈하고 올해 초 할인행사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행사가 없어 수수료, 부가가치세가 일반 은행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골드바의 단위가 매우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10g, 18.75g, 37.5g, 100g, 187.5g, 375g, 500g, 1kg 단위로 팔고 있다. 그리고 카드형이라고 해서 1g 단위도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매장 영업시간이 9~17시까지로 은행보다는 방문시간에 여유가 있다. 직접 방문이 어려울 경우 한국조폐공사 쇼핑몰에서 방문 없이도 구입가능하다. (구입가능 시간 9시~24시까지)
한국조폐공사 쇼핑몰 http://www.koreamint.com/goods/main.do?cate=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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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데, 단위가 (많이) 작은 편이다. 1.88g (반돈), 3.75g (한돈), 7.5g (두돈) 단위로 구비되어 있다. 우체국 골드바의 장점이라면 카카오와 콜라보한 골드바가 귀엽다... 는 것이다. 실제로 조금 더 비싼 대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
우체국 골드바 판매페이지 : https://service.epost.go.kr/goldbar.RetrievesGoldBarGoodsList.postal
골드바-골드바
service.epost.go.kr
이쯤 되면 궁금증이 하나 생길 것이다. 보관도 부담스럽고 수수료도 많이 내는데 굳이 골드바를 사야 할까?
나중에 더 자세히 글을 쓰겠지만 KRX 금계좌를 이용하면 그런 수수료 없이도 차익을 얻을 있는데, 굳이... 왜?????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골드바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돈이 남아 돌아서, 혹은 KRX 금계좌의 혜택을 몰라서 비싸게 실물로 구입하는 것일까? 뭐, 그런 사람들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은 금융권을 100% 믿지 못할 때 골드바로 구입한다.
금이 귀해지고 금값이 오를 때는 어떤 때일까? 아마도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일 것이다. 이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금을 오른 가격에 팔아 살림에 보태고 싶어도 은행이 문을 닫거나 금계좌가 동결되어 버릴 수도 있다. 말도 안 된다고? 설마 그러겠냐고? 설마 그랬다. 우리나라의 1998년과 미국의 2008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었다.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금융권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수중에 실물을 직접 보관하길 원한다. 그럴 때를 대비해 구입한 것이니, 목적에 맞게 (스스로) 보관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반면 금을 실물로 구입해 놓고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KRX 금계좌를 이용하는 게 낫다.
그리고 실물 금에 대한 투자를 할 때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이 살 때와 팔때의 시세차이가 있다는 것과 살때와 마찬가지로 팔 때도 5% 판매 수수료가 붙는다는 것이다. 단 실물투자에서는 앞으로 다룰 다른 투자에서 붙는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은 붙지 않는다.
실물 (고객이 살 때) 70,215.35원 , 실물 (고객이 팔 때) 63,528.19원 10% 차이다. 계좌 입, 출금 시에도 2% 차이가 나긴 하지만 실물은 확실히 그 차이가 크다. 같은 날 한국조폐공사에서 100g 골드바의 가격을 함께 확인해 봤다.
궁금해서 계산해보니 금 시세를 실물(고객이 살 때 기준)로 계산하면 저 가격이 안 나오고,
(매매기준율 x 100g + 5% 판매수수료 ) x 1.1 (10% 부가가치세 포함) = 7,723,613원 정도로 나온다.
결국, 실물로 거래를 할 때는 환율처럼 사고팔 때 10%의 스프레드(가격차)가 있는 것이고, 여기에 살 때는 10%의 부가가치세와 5% 수수료가 붙고, 팔때도 수수료가 붙으니 최소 20~30%는 올라야 본전이 된다. 다시 한번 금 실물투자는 시세차익을 얻기 위함이 아닌, 안전자산으로서 보험을 든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 준다. + 실물로 투자하기 싫다는 마음이 마구마구 든다.